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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퀴로

작은 성지순례_신리성지 라이딩

by 느린바퀴 2023. 9. 4.

인터넷에서 우연히 사진을 보고 갈 곳 목록에 추가한 곳, 신리성지.
신리성지는 당진시 합덕읍 신리에 위치한 대표적인 천주교 순교성지 중 하나다.
개신교도이지만 개신교도이든 천주교도이든 하나님을 믿는 신앙을 지키며 기꺼이 순교한 이들의 믿음은 참으로 귀하고 부럽다.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결코 요동하지 않는 견고한 믿음의 소유자이고 싶다.
 
7월에 갈 생각이었는데 계속 내리는 비와 폭염으로 밀리고 밀려서 9월 2일에서야 길을 나선다.
설레는 마음으로 전철에 자전거를 싣고 온양온천역으로 간다.
 
온양온천역 - 온양 자전거도로 - 도고천변길 - 21번국도 - 32번국도 - 평야6로 - 신리성지 - 삽교역의 순으로 달려서 속도계에 찍힌 총거리는 약 50km.
 
경로가 그리 복잡하지 않은 편이라 꼼꼼이 기록해서 간 게 아리나 대충 찾을 수 있겠다 싶어 그냥 출발했는데 혹시나는 역시나. 중간 갈림길에서 두 번이나 잘못 선택해서 빙 돌아가게 되었는데 이때 처음 사용해 본 카카오맵의 내비게이션 기능이 아주 유익했다. 덕분에 계획했던 경로로 되돌아갈 수 있었으니. 다만 배터리 소모가 빠르다. 길이 헷갈릴 때만 잠깐 사용. :)

 

 
온양온천역에서 하차 후 2번 출구로 나와서 우측으로 출발. 잠시 달리다 보니 자전거도로가 나온다 

 
태양광패털이 늘어서서 그늘을 만들어 주어 아주 좋다. 바닥에 왜 선들이 이리 어지럽게 그어졌나 했는데 깨닫고 보니 태양광 패털 사이로 비취는 햇볕이다. ㅋㅋ 조금 가다보니 깔끔한 공중화장실도 하나 있다.

 
중간에 태양광 패널 지붕이 없는 구간도 있고.

 

 
예전 장항선 신창역이 있던 구간. 직선화되기 이전에 기차를 타고 가며 참으로 운치있다 생각했던 곳인데...

 
장항선 폐선로를 이용한 자전거도로는 약 9km정도 이어지다가  아래 사진처럼 끝난다. 의자들이 있어 잠시 앉아 쉬며 간단히 행동식을 챙겨 먹는데 거름 내 같은 냄새가 진동한다. 알고 보니 바로 옆에 소 축사가 있다.

 
잠시 의자에 앉아 쉬다가 자전거도로 옆에 있는 길로 내려와 계속 진행한다

 

 
갈림길에서 좌회전했어야 했는데 우회전해서 예정했던 경로에사 벗어나 골프장 안길로 지나는데 길이 좋다.  길을 잃어도 괜찮은 게 이렇게 이쁜 길을 달릴 수도 있어서이다. 혼자 달리는 건데 돌아가면 어떻고 질러가면 어떠랴. 제때 집에 돌아갈 수만 있으면 되는 거지 뭐.

 
카카오맵의 자전거 네비게이션 기능을 이용해 다시 원래 경로를 찾아 도고천변길을 달린다. 무궁화 가로수가 좋다.

 
도고천변에서 나와 21번국도를 달리고 32번을 이어 달린다. 차량이 북적이던 21번국도와 달리 주말인데도 32번국도에는 차가 별로 없다

 
잘 가다가 갑자기 넘어졌다. 헐~ 마침 지나가는 차가 없어서 다행이지 무척이나 뻘쭘하고 민망한 상황. 그동안 길게 타질 않아서 감이 떨어진건가. 지독한 통증으로 절뚝이며 갓길 끝으로 가 살펴보니 무릎이 깨졌다. 다행히 바지는 구멍 나지 않았다. 알콜솜으로 닦고 큰 밴드를 붙이고 다시 출발한다.

 
아픔과 함께 도착한 신리성지. 주말이라 그런가 방문객이 굉장히 많다. 저마나 모델처럼 자세를 잡고 사진을 찍는다.
자전거는 나 혼자. 나중에서야 인식했는데 계속 얼굴을 버프로 가린채 돌아다녔다. 뭔가 진상이 된 것 같은 느낌...참으로 거시기하다.

 


 
성지라서 자전거는 출입금지란다. 주차장 한켠에 자전거를 두고 돌아본다

 

 

 

 

 

 

 

 

 

 

 
30살, 31살 즈음에 순교한 이들. 
이미 천국의 과거에 급제해서 이 땅에서의 과거는 더 이상 필요치 않다는 고백.
예수님을 가진 사람은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란 가르침....

 

 
미술관 전시실을 나와 전망대로 올라간다.

 

 
독특한 형태의 십자가

 

 
제5대 조선교구장 성 다불뤼의 주교관.

 

 




한동안 신리성지를 둘러보고 뜨거운 햇살이 힘겨워 다시 출발하지 못하고 그늘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햇살이 좀 약해지길 기다리며. 덕분에 배나드리성지로 가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길을 제대로 갔으면 시간을 충분했는데 가다가 길이 헷갈리는 바람에 '에라~ 거긴 담에 가지 뭐' 하고 그래도 삽교역으로 방향을 돌린다

 
들판이 노란색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있다
어느 구간인가 지나는데 강한 농약 냄새가 코를 찌른다. 농약을 살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가보다. 아..

자전거석이 없는 장항선. 주말엔 사람이 많고, 자전거릏 분해하여 가방에 넣어 이동하지 않으면 절대 자전거를 가지고 탈 수 없다고 한다. 전보다 더 엄격하게 제지하는 듯 싶다. 예전엔 그냥 태워주기도 했는데..여튼 접이식 미니벨로로 나왔기에 기차를 타는 것도 아무런 부담감이 없다. 기차 출발 시간보다 1시간 전에 역에 도착해 일정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