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내내 일 때문에, 미세먼지 때문에 길을 나서지 못하다 보니 어느새 5월. 나름 공기질이 좋을 것이라는 예보에 의지해 주말 아침 길을 나설 준비를 한다. 언제나처럼 길을 나서는 순간부터 귀가하는 순간까지의 전 구간이 목적지이지만 나름의 리듬을 위하여 임의의 목적지룰 예산 대흥향교로 정하고 예당호 주변 마을길들을 달려보려 한다. 길따라 멀리 가는 것도 좋지만 이젠 지역별로 좀더 촘촘하게 둘러보자.
신창역에서 출발 예산 시내를 통과해 후사리-평촌리-교촌리(대흥향교)-건지화리-지석리-삽교역순으로 달려 대략적인 예상거리는 46km 정도.
8시 무렵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꼼지락거리다 보니 11시가 훌쩍 넘어서 전철역으로 향한다. 늦은 출발이지만 해도 길고 짧게 탈거니까 그냥 가보는거다. 걍 이웃 동네 마실가는 기분으로.
신창역을 출발하면서 시계를 보니 1시 20분. 부지런히 페달질을 시작한다. 어린이날 대체휴일까지 3일간의 연휴라더니 도로엔 차들로 가득하다. 정체돼 길게 늘어선 차들 옆으로 유유히 홀로 달린다. 바람이 강하다.
예산 시내를 지나고 예당저수지를 이어지는 예당관광로를 벗어나 무한천을 건넌다.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봄가뭄 때문에 모내기를 하지 못한다는 뉴스를 듣곤 했는데 올해는 다를 것 같다. 무한천이 물로 가득 차다 못해 넘치고 있다. 달리면서 보니 예당호의 수위도 전보다 훨씬 높고, 연휴라서인지 닊시하는 사람들도 많다. 다들 저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오늘을 누리고 있다. 아프고 슬픈 일 없이 이런 평온함이 모두에게 늘 함께 하면 좋겠다.
지도 검색하며 산으로 이어지는 길이라 조금 걱정스러웠는데 편하게 달릴 수 있는 한적한 길이다.
이런이런~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던가. 오르막과 평지에서 전보다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은 물론 내리막에서조차도 속도가 나지 않고 힘들어서 강한 맞바람 탓이려니, 체력이 떨어진 탓이려니 했건만. 한참을 달리다 보니 이렇게 앞브레이크를 고무줄로 고정시키고 달리고 있었던거다. 으악~ 내 무릎. 어쩐지 지난주의 낙차사고로 아픈 무릎이 더 아프더라니... 전철에서 내려서 고무줄을 풀고 출발했어야 했는데 늦은 출발 때문에 서두르기만 했지 이건 생각지도 못했다. 갈수록 왜 더욱 더 덜렁이가 되는건지. 으이그~ -.,-;;
고무줄을 풀고 한결 가볍게 페달을 저아간다. :D
후사리로 넘어가는 산길. 경사가 만만치 않다.
오르막도 내리막도 짧지만 강렬하달까.
가을 날 황금빛으로 빛날 때 오면 멋진 풍경일 듯하다.
평촌리 임도를 타고 넘으려 했는데 시간이 늦어지니 길을 단축하기로 한다. 평촌리 임도는 다음을 기약하고 대흥향교가 있는 교촌리로 넘어간다.
대흥향교 앞에 특이한 나무가 있다. 나무 한 가운데에 느티나무를 품고 있는 수령이 600여년 되는 은행나무.
가운데 있는 약간 색이 흐린 나무줄기가 느티나무인데 사진 상으론 잘 구분이 안되는군.
대흥향교 바로 앞에도 300여년 된 느티나무가 있다. 문이 꼭 잠겨 있어 향교 안은 못본 채 돌아선다.
건지화리로 넘어가는 길. 경사도가 장난이 아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대흥향교 뒤로 이어진 산길을 타고 넘어 건지화리를 가는 것이었는데 시간이 좀 늦어 산으로 들어가긴 살짝 겁이나서 바꾼 경로다. 평촌리 임도를 탔더라면 이길을 넘어와서 향교로 가는 것이었는데. 경로가 뒤죽박죽 꼬였다. 하지만 뭐 어떠랴. 내 맘대로 달리는거지. 넘어오면 어떻고, 넘어가면 또 어떤가.
대충의 감으로 달리다가 확인을 위해 지역분께 삽교역으로 가는 방향이 맞는지 여쭤보니 맞단다. 언제 삽교까지 가냐고 걱정하시며 조심조심 가라신다. 고맙습니다 인삿말을 남기고 다시 달린다. 아니 오르막이 힘들어서 느릿느릿 구른다.
건지화리릘 지나 지석리로 이어지는 도로를 달린다. 뭔지 모르게 느낌이 있는 길이었는데 사진으론 모르것다.
나름 서둘러 삽교역에 도착하니 6시16분. 기차는 7시26분 출발이란다. 하지만 기차는 예정보다 9분 더 늦게 도착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더 느긋하게 길을 누리는건데.
출발 전에 기차시간을 확인했어야 했는데 미처 이건 생각지도 못했다. 기차가 지하철처럼 자주 다니는게 아닌데말이다. 하여튼 오랜만에 길 위에서 보낸 시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