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대기질이 좋을 것이라는 에보에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선명한 멋진 풍광을 상상하며 조금은 염려되지만 호기롭게 홍성 오서산을 향해 출발한다. 오래 전에 지도검색해 작성했던 메모를 찾아 배낭에 넣고 전철에 자전거를 싣는다. 1호선 종점 신창역에서 출발해 짧게 오서산에 오를 계획이다. 주말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전철은 텅 비어 있다. 구석에 자전거를 잘 세워두고 자리에 앉아 메모 속의 경로를 머리 속에 정리한다. 음~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체력이 떨어진다. 아직은 무리인데 무모했다는 후회가 일지만 그래도 일단 출발했으니 가는데까지 가보기로 한다.

맑을거라는 에상과 다르게 하늘이 선명하지 않다. 맑았다면 정말로 멋진 하늘이었을건데 아쉽다. 가장 좋아하는 하늘의 모양이었는데...

가뭄이 심해서 모내기를 못하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예산은 역시 예당호 덕분인지 모내기한 논에 물이 충분해 보인다.

조금은 덜 선명하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하늘... 적당한 크기의 뭉게구름을 가진 파란 하늘.

예당호를 끼고 달리다가 홍성 금마면 방향으로해서 복잡하지 않고 가능한 마을과 가까운 길을 택한다. 주말인데 생각보다 차가 많지 않다.

예당호를 벗어나 금마면 방향으로 달린다. 은근한 오르막. 체력이 더 떨어진다. 계획대로 계속 진행한다면 또다시 환자모드에 빠질 것 같다. 잠시 멈춰 생각하다 돌아선다. 오늘은 그냥 가까이에 있는 봉수산 임존성을 보러가자. 그래 그러자. 오서산은 기다려 줄거야.

지도상으로 임존성과 길이 연결되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일단 가깝게 봉수산휴양림으로 올라간다. 초반부의 경사도는 6.4%. 윗쪽은 경사도가 좀더 크다. 표시판이 있었는데 확인을 못했네, 이런~

봉수산휴양림에서 임도표시를 보고 달렸는데 그곳에 근무하시는 분의 말씀에 의하면 이 임도는 임존성과 연결되지 않는단다. 등산로를 타기엔 무리인 상태니 그냥 달릴 수 있는 만큼만 달려보기로 한다. 차들도 오간다.

잠시 샛길로 들어가본다. 햇볕이 강하니 역시 산속이 좋다.

나무 정리작업 중이던 분들이 혼자 타는 자전거를 보고 '어허허' 하신다. 거참...

가다가 다시 한 번 길을 물으니 이길도 저길도 다 원위치로 회귀란다.

왔던 길로 되돌가기보다는 옆길인 대흥동헌 쪽 느린 꼬부랑길이라 표시된 길로 내려온다. 임존성도 다음 기회에 금마면쪽에서 올라보기로 한다 여기도 다음에, 저기도 다음에 하고 미루기만 하니 언제 다 가보나.

이길 옆에 비포장된 길이 있는데 어떤 길인지 모르니 잠시 망설이다 그냥 가던 길로...귀가해 지도를 다시 확인해보니 봉수산을 한 바퀴 돌아 올라갈 수 있도록 임도가 연결된 듯하다. 다음 번엔 헤맴 없이 임존성에 확실히 도달할 수 있겠다.

웬지 마음에 드는 풍경이었는데.

쉽지는 않겠지만 텃밭이 있는 곳에서 자급자족의 삶을 살아보고프다.

베리류~ 근데 아무리 건강에 좋은 것이라도 차로 주변에서 자라는 애들은 사양하고 싶다. 오염되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는가만 그래도.

대흥동헌에도 들어가 둘러보고

의좋은 형제공원과 조각공원도 들어가 훑어보고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한다.

본질상 건조한 사람이긴 하지만 가끔씩은 예술이라는게 이해되지 않는다. 왜 굳이? 뭘 위해?

별로인 컨디션을 이겨보려 셀카놀이로 스스로를 격려해본다. :D

다시 예당호 옆길을 달려 예산 시내에 이르고 전철을 타기 위해 신창역을 향해 달린다. 햇볕이 강하다. 힘들면 왜 악관절이 아픈걸까. 신레원역이 가까워지자 또 갈등이 인다. 일정을 마무리하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강한 햇톁과 자외선은 다시 환자모드에 들게 하기 쉽다. 그래 무리하지 말자. 어차피 '가늘고 길게'가 모토니까.

3년만에 타보는 기차. 입석표지만 오랜만에 타는 기차가 좋다. :D 승객의 왕래가 가장 적은 1호차 앞문쪽에 자전거를 세워둔다.

그렇게 포기에 포기를 거듭한 오늘의 주행거리는 56km. 포기의 연속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간 궁금해 하던 봉수산 일부를 달려봐서 좋다.
'두바퀴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으로 간 미니벨로 (0) | 2017.10.21 |
---|---|
티티카카 D24 (0) | 2017.10.08 |
서산 문수사 겹벚꽃 보러 가는 길 (0) | 2017.04.24 |
첫눈 (0) | 2017.01.21 |
한강 한 바퀴 (0) | 2016.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