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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퀴로

서산 유기방가옥

by 느린바퀴 2013. 4. 15.

 

토요일 아침 오랜만에 잔차타고 멀리 길을 나선다.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이거 뭐~거의 태풍 수준으로 길가 또랑으로 밀려 떨어지지 않기 위해, 도로 중앙으로 밀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 바둥거리게 된다. 중심을 잡으로 애쓰지만 때론 속절없이 휘정이며 밀린다. 이것은 즐거운 자전거여행이 아니라 완전 극기훈련이다. 오르막에선 말 할 것도 없고, 평지를 달리는데도 시속 10km를 넘기가 힘들다. 헥헥~ 늘 힘들게 출발해도 일단 길을 나서면 나오길 잘했다 싶었는데 이번만큼은 아니다. 길을 나서지 말고 뒷산이나 탈 걸..계속 후회가 인다. 하여튼 일단 출발했으니 서산 여미리에 있는 수선화가 만개한 유기방가옥을 향해 달린다. 바람에 시달리다 보니 지쳐서 사진찍을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그저 힘겹게 페달질만 한다. 이상한 것은, 갈 때 맞바람이었으면 돌아올 때는 뒷바람이어야 하는거 아닌가? 어째서 갈 때도 맞바람, 올 때도 맞바람, 좌회전해도 맞바람, 우회전해도 맞바람, 계속 맞바람이냔 말이지. 참말로 희안할세. 

지하철1호선 종점인 신창역에서 출발해 70번지방도를 타고 합덕을 거쳐 여미리에 도착해 둘러보고 609번지방도를 타고 되돌아 오며 무심코 이정표만 보고 달리다 예정했던 한적한 경로를 벗어나 피하려던 32번국도를 타고 신례원역으로 도착해서 총주행거리는 90km.

한적한 지방도를 지날 때 길이 헷갈리면 참으로 대책이 없다. 평소엔 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스마트폰이, 엄밀히 말해 스마트폰의 네비게이션 기능이 아쉬운 순간이다. 이날도 역시나 지나가는 승용차를 붙잡아 세우고 길을 묻는다. 늘 친절하게 가르쳐주시는 운전자들.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헉~?!'하는 경우도 있다. 산으로 이어진 오르막을 오르며 맞바람에 너무 힘들어 잠시 멈추다 뒤를 돌아보니 오가는 차가 없는 한적도 지방도로에 승용차 한 대가 마치 서있는 듯한 느린 속도로 뒤따라오고 있다. 길을 막은 것도 아닌데...뭐지? 순간 지나쳐 저 앞으로 간다. 그리곤 또다시 멈춰선 듯한 느린 속도로 주행한다. 순간 긴장해서 물 한모금을 삼키고 다시 페달질을 시작한다. 뭐냐고? 왜 그러느냐고? 오르막이 끝나고 모퉁이를 돌아서니 이젠 가고 없다. 바람과 맞서 오르막을 낑낑거리며 오르는 모습이 웃겼거나 안쓰러웠거나...해서 태워주려고?...뭐...일종의 응원의 마음이랄까...뭐 그런 좋은 뜻으로 해석하기로 한다.

 

 

 

 

 

 

 

 

 

 

 

 

 

 

처마 끝을 향해 들려올려진 저 문들은 언제나 신기해 보인다. 조상님들의 지혜가 참으로 대단하다.

 

 

 

유기방가옥 부근을 지나는 서산 아라메길 중 한 구간. 자전거로 달려보고 싶은 곳이다.

 

 

 

길을 가다 눈에 띈 풍경. 한쪽에 연가지가 좀 보이는 연못이 있고 그 옆에 이런 풍경이다. 뭐지? 이런식으로 연을 재배하는건가?

 

요즘은 맑은 날에도 예전에 보던 청명함이 없다. 뭔가 뿌옇다. 자연발생적 현상보다는 중국발 오염물질이지 싶다. 이렇게 돌아다녀도 되는건가

 

항구도 아닌 내륙에 웬 고래탑이 있는걸가? 지명은 내포리...포경과 뭔관련이라도? 흠...지명으로서 내포의 사전적 의미는 "바다나 호수가 육지 안으로 휘어 들어간 부분"이고, 이중환의 택리지에 있는 내포에 대한 기록 중에 “가야산 앞뒤의 열개 고을(홍주, 결성, 해미, 태안, 서산, 면천, 당진, 덕산, 예산, 신창)을 내포라고 한다”라는 글이 있단다. 그래도 고래탑은 의문....서해에도 고래가 있나? 있었나? 상괭이가 사는 건 알았지만 생각지 못했던 사실이네. DNA검사용 고래고기 샘플을 구하러 다니던 때가 있었는데...그때 그 사람들은 다들 잘지내시나 궁금타.

 

신창역에서 전철로 귀가하려 했으나 하루종일 바람에 시달리다 보니 너무 힘들어 반대방향으로 달려 신례원역에서 장항선을 탄다. 신례원에 도착하니 오후6시. 기차시간은 7시24분. 차라리 기다리는 시간에 자전거로 전철타러 가는게 더 낫지 않겠냐는 역무원의 말에 잠시 갈등하다 그냥 기차를 타기로 한다. 너무 힘들어~. 오랜만에 탄 장항선이 좋다. 장항선엔 자전거거치대석이 없단다. 설치하려면 다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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