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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노트20 울트라)

곤줄박이와 땅콩

by 느린바퀴 2023. 12. 30.

뒷산을 산책하는데 곤줄박이 한 마리가 계속 따라온다. 멈춰서 돌아보니 눈 앞 나뭇가지에 앉아 바라본다. 뭔가 기대하는 눈빛으로... 아하~ 땅콩. 근데 없다.
그냥 빈 손을 내밀어보니 손에 내려 앉아 두리번 거린다. 미안~ 다음엔 땅콩 가져올게


눈 내린 날 땅콩을 가지고 다시 뒷산에 오른다.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곤줄박이들. 몇 년 동안 지나다닌 길인데 처음 겪는 일이다. 이 근처에서 누가 땅콩을 주는 걸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데.. 근데 어떻게 사람에게 다가올 생각을 한건지..수리산 임도오거리에서 가능하던 일. 거기서 여기로 날아온건가..전날 따라왔던 곤줄박이는 이 중에 어떤 녀석인지 궁금하다.
한 손으로 폰을 들고 촛점을 맞춰서 찍기가 어렵다. 폰이 크고 무거워서...손이 작은건가

눈 맞추는거니? :D

쩍벌 곤줄박이냐? ㅎㅎ

어떤 걸 가져갈까 고민 중
까꿍
무슨 생각 중일까

엇 작은 것뿐이네

땅콩을 내놓아라, 인간아~


땅콩을 다 주고 가던 길 가는데 몇 녀석이 계속 따라온다. 이제 없어. 다음에 봐~~

소심해서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녀석도 있고, 이미 손에 내려앉은 다른 녀석을 쫓아내고 내려앉는 녀석도 있고, 땅콩을 물고 잽싸게 날아가는 녀석도 있고, 느긋하게 손에 내려앉아 올려다보며 눈을 맞추는 녀석도 있고.. 새들도 성격이 각양각색이다.
곤줄박이들이 땅콩을 물고 가는 것을 계속 옆에서 지켜보다가 몇 차례 내려앉으려 시도하다가 그냥 포기한 쇠박새 한마리. 주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다가오지 못하니...
사람이나 새나 용기가 있어야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