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퀴로

신창역-궁리포구-해안도로-오천항-대천역

느린바퀴 2014. 10. 14. 17:33

맑음으로 표시되어 있는 초미세먼지 예보를 보고 억새 핀 오서산과 오서산 위에서 내려다 볼 황금들판을 기대하며 배낭을 챙기고 잠들었지만 아침에 잠에서 깨고 보니 웬지 모르게 오서산의 오르막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잠시 갈등을 한다. 에이~가면서 결정하자.

오서산 경로 지도검색 메모와 서해안도로를 타고 대천역에서 기차를 타는 경로 지도검색 메모를 함께 챙기고 신창행 전절에 자전거를 싣는다.

어제까지의 예보상으론 오늘 (초)미세먼지 없음이었는데 전철 창으로 내다 보이는 하늘은 뿌옇기만 하다.

안개인가?  설마 기온이 올라가면 사라지겠지?!

하지만 하루종일 뿌연 하늘. 목이 아프다.

2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신창역. 결국 최종 도착지를 대천역으로 정하고 서둘러 페달질을 시작한다.

 

신창역-21번국도-45번국도-40번국도-해안도로(궁리포구, 남당항)-40번국도-사호장은로-40번국도-610번지방도(오천해안도로)-대천방조제-대천역의 순서로 달려서 속도계에 찍힌 총거리는 103.51km.

 

길고 짧은 오르막은 대략 대여섯 곳 정도지만 힘든 곳은 없다. 공휴일(한글날)이라 그런지 도로는 차들로 가득하고, 중간중간 들른 궁리항, 남당항, 천북굴단지, 오천항 등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특히 남당항에선 길이 어찌나 막히던지...승용차들 사이사이에 관광버스들. 그리고 그들로부터  어김 없이 들려오는 쿵쿵거리는 음악소리. 상상 가능한 버스 안의 풍경. 예로부터 가무를 즐기는 민족이라서인가? 그래도 적응하기 어려운 분위기, 이해할 수 없는 놀이문화. 여튼 공유일엔 유명 관광지나 축제장 같은 곳엔 가까이 가지 않는게 상책이다.

 

벼가 익어가는 들판....근데 자동차 배기가스를 호흡하는 벼들은 건강한걸까? 

 

 

 

45번국도는 시끄럽고 재미없다.

 

 

 

덕숭산 수덕사로 이어지는 40번국도의  오르막.

 

오르막의 정상. 여기도 관광버스 몇 대가 서있다.

 

덕숭산 수덕사 입구

 

수덕사에서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40번국도는 그래도 길이 이쁘다.

 

뒤도 한 번 돌아보고

 

셀카놀이도 하고...

 

 

 

 

 

 

 

자연상태의 석면양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이 홍성이라던 뉴스가 생각나는 풍경이다. 잘려나간 산줄기. 계속해서 오가는 레미콘차들. 어떤 곳일까

 

갈산터널.

 

천수만로변에 서있는 300년 넘은 당산목 소나무. 방조제를 쌓기 전엔 이 소나무 밑까지 바닷물이 들어 왔었단다.

 

궁리포구를 지나 이제 해안도로를 달린다. 해안가 코스모스가 이쁘다. 다들 꽃 속에 들어가 한 장찍 찍더만.

 

 

 

남당항. 사람들과 차들로 가득한 곳. 잠시 바닷가에 서서 찰랑이는 잔파도 소리를 듣다가 다시 출발한다. 한편 야외무대에선 머리를 빨갛게 물들인 남성4인조가 열창을 하고 있다. 잘한다. 멈춰서서 듣고 박수쳐주고 싶지만, 열창을 뒤로 하고 달린다.

 

해안도로를 따라 자전거도로가 있는데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이물질이 너무 많다

 

 

 

잔잔하지만 오랜만에 듣는 파도소리가 좋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천북굴단지에 이른다. 굴/조개 굽는 냄새가 어찌나 진하던지...갑자기 배가 고파진다. 서둘러 벗어나 사호리의 한적한 산간도로를 달린다. 오르막이다. 행동식으로 굴굽는 냄새로 촉발된 출출함을 달래며 어슬렁어슬렁 올라간다. 8.5%, 10% 등 세 번의 오르락내리락이 있다.

 

 

 

 

 

사호리를 벗어나 보령방조제를 건너면 오천항이 있다.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천항도 몇 년 전에 비해 많이 변했다. 전엔 한적하고 넓었는데 이젠 시설물로 가득하고 사람들과 차들로 북적인다.

 

오천항을 지나 짧은 언덕을 넘어가면 갈매못순교성지가 있다.

출발 전엔 성지 안에 들어가 둘러보며 순교자들의 마음을 배울(?) 예정이었는데 어둡기 전에 대천역에 도착하려니 시간이 부족한 듯해 인증샷만 찍고 그냥 달린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부안에서 왔다는 세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걸어 잠시 대화를 나눈다.

첫마디가 '이 자전거 얼마짜리예요?' 윽~ 얜 안비싸요. '음 자전거가 무거워 보인다' 등...

자전거가 걍 잘 굴러댕기면 되지요 뭐...잘가시라 인사하고 다시 열심히 페달질을 한다.

은근한 오르막을 오른다. 마주오던 이가 물병을 내밀려 '물 좀 드릴까요?'한다. '저도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답한다. '아 있어요~' 나눠주고자 하는 고마운 마음이다. 그나저나 저 바닥의 물이 민물이냐 바닷물이냐....

 

내리달리다 보니 토정비결을 쓴 토정 이지함의 묘가 있다. 잠시 멈춰 둘러보고 서둘러 다시 출발한다.

 

다시 이어지는 해안도로. 차가 엄청 많다. 뿌연하늘이 답답하다.

 

서서히 해가 넘어간다. 확실히 낮의 길이가 많이 짧아졌다.

 

저 뿌연 것이 안개냐 먼지냐

 

마지막으로 대천방조제를 달려 대천역에 도착하니 6시. 최고속도 57.5 km. 평균속도 19.1km/h로 달려 총주행시간은 5시간 25분. 쉬는시간 포함한 총시간은 7시간15분.

대천역에서 6시24분발 열차를 탄다. 좌석은 매진으로 입석표다. 장항선엔 자전거석이 없다. 내가 탄 열차엔 휠체어석도 없다. 승무원에게 자전거 둘만한 곳을 문의하니 한쪽으로만 사람이 통행해서 덜 복잡할거라며 1호차로 가란다. 역시 한적하다. 헌데 화장실 앞이라 의도하지 않게 화장실도우미(?) 역할을 한다. 화장실 문이 쉽게 열리지 않으니까 사람들은 사용 중인가를 내게 묻는다. 나는 매번 답한다. '사람 없어요. 문을 세게 미세요.' 때론 같이 밀어주기도 한다. 풉~! 

자전거를 기대어 세워 놓고 계속 서있으려니 무지허니 힘들다. 

대충 구겨져 있는데 승무원이 오더니 묻는다. '힘들어요?' '네 좀 힘드네요. 100km 넘게 달렸거든요.' '어디를 타셨는데요?...혼자서요?' 잠깐의 수다가 피곤을 조금은 덜어준다.

 

열차는 시끄럽기까지한 세찬 박동 소리와 함께 어둠 속을 달리고, 그렇게 또 하루를 마감한다. 또 하나의 숙제를 마쳤다. 부담스러운 숙제가 아닌 설레이게 하는 숙제를. 다음은 어디를 갈까? 원래 오늘의 목적지였던 오서산? 아니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