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퀴로

넙티고개-갈재-각흘고개-갱티고개 넘기

느린바퀴 2014. 8. 10. 16:46

태풍 할롱 덕분인지 간만에 하늘이 맑다. 지난달에 들은 유구로 이어진다는 길을 달려보기로 한다. 전철에 자전거를 싣고 배방역으로 향한다. 다행이 많이 덥지는 않다. 하늘이 맑지만 청명한 것은 아니다. 뭔지 모르게 먼 시야가 선명하지 않다. 요즘은 대체로 뿌연 하늘이니 이 정도의 맑음도 고마울 따름이다.

 

배방역을 출발해 넙티고개-갈재-각흘고개-봉곡사-갱티고개-온양온천역의 순서로 달려서 속도계에 찍힌 총거리는 52km.

전체적으로 길이 이쁘고 좋다. 주말이라 그런지 통행차량이 많은 편이고 길 옆 광덕계곡엔 여름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달리니 더위가 가시는 듯도 하고 좋다. 중간중간에 광덕산과 봉수산의 임도르 이어진 길을 지나며 언젠가는 그 길을 달려보자 생각한다.

 

일단 농로길을 달려 첫번째 오르막 수철저수지를 지나 넙티고개를 향해 페달질을 시작한다. 

 

어느새 벼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좀 있으면 황금물결이 일렁이겠군. 올해도 풍년이길.

달리다 보니 쌀시장개방 반대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무조건 문을 걸어잠글 수도 없고 열 수도 없고...그래도 계속해서 늘어가는 의무수입량을 그대로 두는 것도 큰 문제인 것 같다. 적절한 관세로 개방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여튼 모두에게 더 나은 결정이 내려지길~! 지도자의 자리란 참으로 힘든 자리이지 싶다. 그럼에도 그 자리를 탐하는 사람들이 많고...문득 정치하는 선배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권력이라는 것이 중독성이 강해서 한 번 맛을 보면 절대로 놓고 싶지 않은 것이라 그리들 욕심을 내는거라고...(자격들도 안되면서 말이지)...과연 다음 대권은 누가 가져갈까? 과연 우리에게 그럴 만한 지도자가 있기나 한건지. 어떻게 된 게 이름만 좀 알려지면 다 대권후보래~ 인기투표도 아니고..참나~

 

메뚜기, 방아깨비, 사마귀 등이 길바닥에 앉아있다. 무심코 달리다가 하마터면 사마귀 한 마리 밟을 뻔 했다.

 

해를 향해 달리면서 주로 정면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 보니 사진들이 다 상태가 삐리리하다.

 

길이 평범할지라도 한가롭고 이쁘다.

 

 

 

요즘 이순신 장군 관련 '명량'이라는 영화의 관객수이 천만을 넘었다지?! 지나는 길의 일부가 충무공의 백의종군길이란다. 이순신 장군은 43세와 53세 생애 두 번 보직 해임의 처분인 백의종군을 받았고, 두 번째 백의종군으로 한성 의금부에서 풀려나 1597년 4월 1일부터 서울-경기-충남-전남-경남 진주에 이르러 다시 삼도수군통제사에 임명되는 전날인 1597년 8월 2일까지 걸었던 121일의 여정이 흔히 '백의종군로'라 불린다고 한다. 아산 수철리 넙티고개에 있는 기념비엔 "1597년 4월19일(기묘 6월 3일) 남행 천리길을 가다"라고 적혀있다.

 

광덕사를 지나쳐 계속 달린다. 여기도 길이 이쁘다

 

주차금지 표지판과 주차된 차들. 그리고 주차된 자전거 :D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듣기 좋다. 더위도 몰아가는 듯 시원하다. 근데 오르막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힘들다...경사도 15%. 게다가 길다. 모둥이를 돌아서면 오르막이 끝나겠지 생각하며 힘을 내지만 모둥이를 돌아서면 또다른 오르막 모퉁이가 기다리고 있다.

 

남양주에 있는 광해군묘에 이르기 위해 오른 오르막의 경사도는 25%였는데15%인 여기가 더 힘들게 느껴진다. 은근하게 길어서인가 싶다.

 

사진찍는다는 핑계로 멈춰 서서 숨고르기를 한다.

 

 

 

 

 

드디어 오르막끝. 정상엔 고개이름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없다. 여기저기서 읽은 글을 근거로 '갈재'라고 추정해본다. 이제 내리막이다. 여긴 경사도가 18%. 봉수산 임도를 탄다면 이길로 올라와 배방역에서 전철로 귀가하는 것을 생각했었는데, 경사도가 18%라니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ㅎㅎ  오~ 내려가면서 바람 탓인지 가속도 탓인지 한 순간 헬멧이 벗겨지려 한다. 턱끈을 살짝 헐렁하게 해서...

근데 한 달 전에 들었을 때는 비포장구간이 있다고 했는데 달리다 보니 없다. 어느새 다 깨끗하게 포장되어 있다. 좀 아쉽다.

 

 

 

신나게 내리 달려 유구읍 문금리에 이른다. 조용하다. 평화롭다. 한가롭다.

 

 

 

 

 

 

 

집집마다 장작을 잔뜩 쌓아 놓았다. 겨울준비인가보다. 귀촌을 생각해 볼 때 제일 걸리는 문제 중의 하나가 겨울철의 난방. 현재 누리고 있는 저렴하고 편리한 열병합 방식에 의한 지역난방 방식이 참 좋단 생각이다.

 

문금리를 지나고 39번국도를 만나 아산방향으로 달린다. 심하지 않고 길지 않은 오르막이다. 이름하여 '각흘고개.' 다음에 부여를 지나 강경까지 갈 때 39번국도를 타고 달려 볼 생각이라 유심히 살펴 본다. 갓길도 있고 괜찮을 듯 싶다.

 

 

 

 

 

뭔지 모르게 대기에서 가을냄새가 난다. 며칠 전부터 느끼는거지만 은행잎도 색이 달라보인다. 병든건가?

 

 

 

어느 마을 입구에 있는 천하대장군인데 생김새가 기존의 천하대장군과는 좀 달라 보인다.

 

다시 아산으로 회귀. 몇 년 전에 가봤던 봉곡사 입구의 '천년의 숲길' 소나무들을 다시 보러 간다. 전과 좀 달라져 있다. 입구와 중간중간에 안내판도 생기고, 전엔 차가 들어갔었는데 이젠 '차량진입금지'표지판이 붙어 있다. 전보다 정비된 느낌이다. 찾아온 사람들도 전보다 훨씬 많다.

 

 

 

이 길은 봉수산 임도로 이어지는 길이다. 달려보고 싶은 길 중 하나이다.

 

이 길 끝에는 천년고찰 봉곡사가 있다, 우리의 전통문화의 일부로서 외엔 불교나 사찰엔 그다지 관심이 없으니 생략.

 

소나무조차도 시대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일제가 패망직전 연료를 쓰려고 마을사람들을 동원해 소나무에서 송진을 채취하게 했단다. 그때의 상처가 오늘까지도 그대로 상처로 남아 있다. 멀리서 보면 V자 모양이라 웃는 것처럼 보인다. 웃는 모습으로 눈물흘리며 울고있는 건 아닌지...

 

 

 

 

 

이제 봉곡사를 나와 다시 달려야 한다. 잠시 갈등이 인다. 물이 떨어져가고 있고 갑자기 하늘이 구름으로 가득하고 어둑해진다. 이러다 비라도 쏟아진다면 대략 난감이다. 원래는 봉곡사를 나와 예산 대술방면으로 달려 처음 가보는 마을길을 지나 도고저수지를 끼고 달려 신챵역에서 천철을 탈 계획이었는데...자전거타면서 스트레스 받을 필요 없으니 상황이 불안정할 땐 안전을 택하는 것이 좋다. 아는 길로 가기로 한다. 간만에 송악저수지 옆길을 달려 갱티고개를 넘기로 하고 페달질을 시작한다. 일깅예보 상 비예보는 없었지만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것같은 느낌으로 괜시리 마음이 바쁘다. 심호흡으로 마음을 다스린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간만에 돌을 튕기며 달리는 느낌도 좋다.

 

갱티고개 시작부쯤에 밤나무가 있다. 제법 크다. 하긴 한 달 뒤면 추석이란다. 어느새 2014년도 후반부로 접어든다. 참으로 빠르다, 시간이.

 

갱티고개 내리막에서 브레이크를 놓고 속도를 타보려 생각했는데 마음대로 안된다. 어쩔 수 없는 소심이. 최고속도 63km가 찍혔다.

아산 신정호 주변도 정비가 많이 되어 있다. 자전거도로도 생기고. 여튼 그간 궁금하던 길을 달려 보니 속이 후련하다. 길도 좋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