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퀴로

여긴 어디? 난 누구?

느린바퀴 2013. 10. 4. 00:30

그간 이런저런 이유로 뒷산에서만 놀다가 오랜만에 베티고개를 넘어 진천 농다리를 보러 길을 나선다. 진천 농다리는 충청북도 진천군에 있는 돌다리로 고려 때 축조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작은 낙석으로 물고기 비늘 모양으로 쌓은 것이 특징이며  다리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축조한 기술이 전국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동양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다리에 속한다고 한다.

오랜만에 길을 나서는거니까 느긋하게 길을 누리기 위해 전철을 타고 성환역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몇 달만에 길을 나서서 길찾기 감각이 떨어진걸까? 2주전쯤에 한 지도검색과 메모에 의존한 탓인가? 시작부터 헷갈린다. 70번지방도를 타야 베티고개를 넘는데 의도하지 않은 34번국도를 타고 있다. 이게 아닌데... -,.-

그야말로 여긴 여디? 난 누구? 하는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시작부터 방향이 틀린거다. 뭔가 기분이 좋지 않다. 괜시리 지나가는 오토바이의 시선이 따갑다. 속도를 올려 내달린다. 에라~걍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은 누렇게 물들어가는 논을 따라 이곳저곳 달려보자.

 

 

정말 가을인가보다. 억새도 피기 시작하고...조만간 오서산 가자.

  

풍년이었으면 좋겠다. 올라오던 태풍도 방향을 틀었다니 별일 없이 풍년이겠지.

 

한참을 농로를 따라 달리다 추수한 땅콩을 차에서 내리고 있는 지역분에게 방향을 물어 1번국도를 찾아간다. 되돌아가는거다, 집으로. -,.- 1번국도엔 자전거도로 표시가 있다.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은 곳이 많다. 좁기도 하고. 근데 자전거도로 표시가 있는데 차도를 타기도 그렇다. 영 편치가 않다. 개천절이라 도로에 태극기가 걸려 있는데 간혹 떨어져 바닥에 뒹구는 국기도 있다. 페달질을 멈추고 집어 들지만 제자리에 돌려 놓기엔 키가 너무 작다. 할 수 없이 나무에 걸쳐 놓고 다시 페달질을 한다. 도로바닥에 뒹구는 것보다는 낫겠지 생각하며. 병점에 가까워지니 도로가 복잡하고, 좁고, 갓길도 없고,  시끄럽다. 좌회전해 병점역에서 전철을 탄다. 목적지는 근처도 못가고 반대방향으로 달려 일정을 마친다. :-P 그냥 간만에 달려본 것으로 만족이다.

 

그간 뒷산에서 MTB는 물론이고 싸이클, 외발자전거, 2인용자전거, 미니벨로 등 리컴번트 자전거를 제외한 거의 모든 종류의 자전거를 본 것 같다. 역시 다양성의 세상이다.

가끔은 말을 타고 오는 이들도 있다. 녀석이 늠름하니 잘생겼다. 감정적 교감이 가능한 취미생활도 참 좋은 거 같다. 문득 생각해 본다. 자전거도 감정이 있다면...아니면 '전격Z작전'에서 나오는 똑똑한 자동차 키트와 같은 성능을 가졌다면...으흐흐...그렇다면 오늘 같은 헤맴은 없을거다. 하지만 뭐 헤맴이 꼭나쁜 것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