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퀴로

광덕산

느린바퀴 2012. 6. 3. 16:13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래를 잡는다지. 목적을 이루려면 역시 부지런해야 한다.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하고 습관을 바꾸기 위해선 저녁엔 일을 하지 말고 일찍 컴을 끄는게 좋겠다. 원래는 1호선전철 배방역에서 츌벌해 농촌마을을 둘러보며 마곡사 찍고 부여 궁남지 찍고 서천으로 가려했는데 출발이 늦어지는 바람에 시간에 좇기며 스트레스를 받는 걸 피하기 위해 최종 목적지를 광덕산임도 한바퀴로 바꿨다. 수철저수지 옆으로 올라가서 송악 마곡리로 쪽으로 내려와서 온양온천역에서 전철로 귀가. 총주행거리는 42km. 오랜만에 하는 우당탕탕 잔차질이다.

느리적 거리다가 예정했던 전철시간 놓치고 전철역에서 50여분을 허비했다. 철길 옆 담장을 따라 장미꽃이 만개해 있다. 좀 뿌연 날씨가 아쉽지만 참 아름다운 계절이다. 참 평온한 시간이다. 부디 이 평온함이 지속되길 기도한다. 의지적 선택이 아닌, 그저 태어나 맞이하게 되는 지정학적, 환경적 공간! 수시로 접하는 국제뉴스에 그 공간의 엄청난 힘을 절감하는 요즘이다. 아름답다, 평온하다 느끼는 이 순간에도 한쪽에선 환경적 재난으로 굶주리고 있고 한쪽에서 반정부군에 의한 또는 정부군에 의한 폭력 앞에 힘없이 무너져가는 삶들이 얼마나 많은지...말 할 수 없이 부패하고 부조리하다 해도 이 순간 이 곳에 발 딛고 숨쉼을 감사해야지 뭐. 사실 이것도 거져 얻은 게 아니라 앞서 간 이들이 고난을 감수하고 싸운 결과니까 그저 감사를...!!! 전철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 속을 헤집고 다닌다. ㅎㅎ

처음엔 가는 데까지 가다가 중간에 돌아오자 생각하고 출발했지만 한 번 꼬여버린 일정은 계속 꼬여가기만한다. 지도검색으로 정한 경로의 도로가 공사로 차단되었다. 헉~! 대안을 찾았으나 계속 막다른 길. 찾았나 싶어 신나게 달려가다 보니 풀이 수북히 자란 좁은 길이다. 망설이며 서 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먼저 말을 건네신다. '그 길로 그냥 가면 길이 나와. 거기 내가 경운기 몰고 다니는 길이여~' 아이고 고맙습니다.

수철리로 해서 광덕산에 오른다.

역시 산이 좋다. 근데 이 좋은 산에 사람이 많지 않다. 잔차탄 사람은 딱 한 사람 봤다.

하지만 임도에 깔려있는 돌맹이들은 정말 싫다.




강수량이 부족해 모내기를 못하는 곳이 많다더니 저 멀리 보이는 송악저수지에도 물이 많지 않다.




향긋한 나무냄새 꽃냄새가 너무 좋다.


참 깔끔하게도 포장해 놓았다. 난 흙길을 달리고 싶은데...






오랜만에 송악저수지 옆길을 달리는데 역시 물이 적다. 우두둑~돌을 밟으며 달리는 자전거 소리에 길 옆에 똑같은 자세로 쪼그리고 앉아 담배피우고 있던 네명의 아저씨들이 동시에 똑같은 동작으로 고개를 돌려 잠시 쳐다보더니 똑같은 동작으로 동시에 원위치 한다. 뭔가 만화같은 모습에 혼자 속으로 한참을 웃었다.

저수지 가장자리는 이렇다. 수량이 풍부해야 하고 풍년이여야 하는데...과연 앞으로 어떤 기후환경적 변화가 일어나려는 걱정이다.

초사리 갱티고개. 날이 뜨거워 그런가 좀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