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죽령 넘기
소백산 세 개의 고개 중 넘지 못한 죽령을 넘어보려 길을 나선다. 기차에 단체로 탑승한 아주머니들의 즐거운 수다와 웃음소리가 소리에 예민한 귀를 몹시도 자극한다. 2시간 가량을 그 소리와 가다 보니 현기증이 난다. 아줌마들의 목소리는 왜 이리 큰건지...옆좌석의 한 할머니가 제천에서 내린 그 일행의 숫자를 세신다. '하나, 둘,...서른 다섯, 서른 여섯...헉~ 오십명이네'
여튼 단양에 도착하여 분리했던 바퀴 조립/점검하고 출발하려니 벌써 11시. 서두르면 처음 계획대로 부석사까지 찍고올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시간에 쫓기고 어둠에 쫓기게 되니 포기하고 느긋하게 죽령을 누리기로 하고, 시간계산 상 갈등하던 다자고할머니사당도 찾아보기로 한다.

죽령로. 이제 오르막의 시작이다. 죽령(689m)은 영주-단양을 연결하는 고갯길로서 158년(아달라왕 8년) 신라의 죽죽(竹竹)이 처음 이고갯길을 열었다는 설이 있다. 백두대간 분수령에서 두번째로 열린 고갯길이다. 첫번째 고갯길은 계립령(하늘재)이다. 죽령은 조선시대에 문경-충주의 새재, 영동-김천의 추풍령과 함께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는 3대관문 중 하나이고, 5번국도로 사용된다-현재는 통행차량이 거의 없다.

잠시 샛길로 빠져 용부원 마을길을 달려보기도 하고...

평지처럼 느껴지는데 쉬다 돌아보니 나름 상당한 오르막...하지만 그다지 어렵지 않은 오르막이다.



여기부터는 소백산국립공원이란다

여기도 사과밭, 저기도 사과밭...과수원 앞에서 하나 먹고 가라고 줘서 먹은 사과는 너무나 싱싱하니 맛있다. 동네에서 사다 먹는 것과는 맛이 다르더라는

부석사 코스를 포기하고 널널하게 타기로 맘 먹었으니 찾아볼까 말까 망설이던 다자고할머니사당, 즉 죽령산신당을 찾아간다. 짧지만 급경사를 올라가야 한다.

이것이 다자고할머니의 설화가 전해지는 죽령산신당. 신당 같은 것엔 관심 없지만 이야기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것도 재미있다.
신라 때인가 죽령에 도적이 많아 행인이 다닐 수가 없었다. 나라에서 이들을 토벌하려 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는데, 그때 어떤 할머니가 나서서, 자기가 적굴에 가서 도적들이 잠이 들지 않았으면 ‘더자구야’라 하고, 잠이 들면 ‘다자구야’라고 할 테니, ‘다자구야’라는 소리가 들리면 쳐들어오라고 하였다. 할머니는 적굴에 들어가서 “더자구야, 더자구야” 외치고 다니자, 도적 두목이 이상하게 여겨 잡아다 물어보니, 자기아들들을 찾느라고 이름을 부르는 것이라고 하였다. 도적 두목은 이 말을 의심하지 않아 할머니는 적굴에 머물 수가 있었다. 어느 날 도적들은 두목의 생일을 축하하느라 큰 잔치를 벌이다 취한 나머지 모두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다자구야”라고 소리쳤고, 그 말을 들은 관군은 일제히 습격하여 도적들을 모두 잡았다. 그런 다음 할머니를 찾았으나 이미 자취를 감추었다. 그제야 사람들은 그 할머니가 죽령산신임을 깨닫고, 죽령산신을 ‘다자구할머니’라 부르며 해마다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는 설화이다.


다시 죽령로

평지처럼 느껴지는데 경사도 10%란다.


저~멀리 아래에서부터 온 길



올가을 들어 제일 춥대서 겨울바지에 겨울티를 입고 방풍잠바를 입었는데 춥기는커녕 더워서 잠바의 소매를 떼어버렸어도 덥다..

소백산천문대 가는길...나중에 걸어올라가보자

드디어 도착한 죽령정상. 해발 696m. 고치령과 마구령에 비해 운치는 덜하지만 나름 멋진 길이다. 드라이브코스로도 좋은 것 같다.



죽령옛길을 타고 싶기도 했는데 다음을 기약...

저 아래로 내려가면 되는건데...

죽령주막...크게 울려퍼지는 뽕짝리듬...으윽~ 옛스러움은 전혀 없는 듯...

이젠 내리막


죽령옛길을 탔으먼 이길로 내려오는 것

영주 순흥면에 있는 우리 나라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까지 가려다가 만난 이정표를 보고 방향바꿔서 달려간 영풍안정면느티나무. 엄청나다

수령이 700년이 넘고 높이가 약 16m, 가슴높이의 둘레가 10m, 동서남북으로 뻗은 가지의 길이는 약 46m쯤되는 나무. 매년 음력 1월 15일에 마을사람들이 이 나무 아래에 모여 동제를 지낸단다.

이 길의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멋진 광경을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이미 거의 다 떨어졌다. 지난주에 왔어야만 했던 것이다.


보고싶은 풍경을 못보니 기운도 떨어지고 대충 돌아다니다 풍기역에서 4시10분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걍 일찍 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