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퀴로

제천-단양-영주

느린바퀴 2009. 11. 8. 18:10

사람이 밥을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면 오늘날 인류의 문명은 지금과는 전혀 다르겠지??!!

때론 밥벌이의 부담 때문에, 때론 벌어 놓은 밥 챙겨먹기의 번거러움 때문에 길을 나서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데 가고 싶은 곳은 왜 이리 많은지...

 

전부터 가고 싶었지만 체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미뤘던 마구령.

며칠 전 약속이 어긋나 혼자 출발하려다 그누무 밥 때문에 또 잠시 미뤘다가 어긋난 약속을 다시 맞춰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제천으로 향한다. 제천에 도착하여 출발하며 시간을 보니 막 10시가 되려 한다. 웬지 1시간의 여유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날씨는 좀 흐리지만 '우와~좋다'를 연발하며 달린다.

 

제천터미널-의병대로-522번지방도-59번도로-522번지방도-남대리-마구령-935번지방도-영주터미널의 코스로 속도계는 약 82km를 보여준다. (마구령을 넘고 계속 달리는데, 날은 어두워지고 웬지 가도가도 계속 산속인 듯한 느낌. 서울행 막차를 놓칠 것 같아 히치하이킹을 시도하고 지나던 시내버스를 잡아탄다. 고로 여기서 82km는 터미널까지의 거리가 아니다) 최고속도 62km, 평균속도 14.9km(오르막탓도 있지만 어둠 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함)

갓길이 없는 길도 있지만 통행차량이 적어 편히 달릴 수 있다. 

 

단양으로 넘어가기 위해 넘은 갑산재(530m) 

 

 

 

 은근한 오르막의 연속 

 

 

 

구비구비 계속 오른다. 차가 없어 도로를 독차지하고서... 

 

정상에서 내려다 본 올라온 길...저 아래 산밑 마을에서 부터 계속 오르막. 

 

아쉽게도 이 고갯길의 이름을 모르겠다. 어디에도 표시판이 없다. 어쨌든 정상에서 부터 내리달리는 길은 무지 신난다. 살짝 브레이크를 잡고도 최고속도가 62km. 그간 끈질지게 따라다니던 지독한 뒤집어짐의 추억에서 오는 내리막공포증은 적어도 이 순간만은 사라지고 없다. 야호~!

 

 

 

이런 학교에서 공부하면 공부가 잘될라나...

 

  

 

 

 

 

 

경사도10% 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는데 별거 아니던데...오르막에선 다른 느낌일까?

 

 

 

 

 

 

 

밤재(330m)

 

점점 산으로 올라간다...힘들어~ 

 

 

 

밤재를 넘으면 금방 남대리로 이어지는 줄 생각하다가 만난 베틀재(610m)...벌떡 일어서있던 길은 가까이 다가갈 수록 몸을 낮춰주지만 줄어든 속도에 시간은 지체되고 끝없이 이어지는 구비구비 오르막에 길을 잘못들어선 거 아닌가 다소 당황스러웠던 구간.

 

힘겨웠던 오르막에 대한 보상으로 충분한 내리막. 정말 오랜만에 내리막이 그저 신나기만 하다.^^ 

 

드디어 남대리를 찾고 또 계속 달려서 도착한 마구령 입구의 주막거리. 마구령을 넘던 옛사람들이 묵어갔다는데 옛사람도 옛건물도 이제는 사라지고 표지석만. 

 

이미 오후4시가 넘은 시간. 근처에 사시는 할머니께서 '이제서 재를 넘으려구?'라며 다소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으신다..마구령을 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돌아갈 수도 없으니 그냥 넘기로 한다. 

 

길이 이쁘다. 시간이 부족하여 천천히 느낄 수 없음이 아쉬울 따름. 오르막도 그다지 심하지 않고 편한 편이다. 

 

 

 

 

 

 드디어 도착한 마구령 정상. 어둠에 좇겨 마음은 급하지만 증명사진은 남겨야...^^어둠 속에서 카메라마저 버벅대고...라이트도 없이 이제 내려갈 일이 걱정이다.

 

영주터미널에서 6시20분에 출발하는 차를 타려 했으나 그건 이제 불가능하다.

검은색 고글을 벗고 조심스럽게 마구령을 넘어 영주로 향한다. 의외로 어둠 속에서 길이 보인다. 희안할세~~

어쩌다 보니 라이트를 장착한 잔차보다 앞서 달린다.

너무 간격을 두면 안될 것 같아 속도를 조절하지만 천천히 달리기가 슆지 않다. 자기 숨소리에도 기겁하고 놀라던(-,.-")

예전의 나라면 어두운 길 옆 수풀 속에서 나는 바스락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겠지만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ㅎㅎ

헌데 가도가도 어쩜 그리 불빛도 보이지 않는지...영주 시내의 불빛을 기대하며 달리지만 길은 계속 산 속을 달리는 듯 깜깜하다.

어느새 시간은 7시를 넘고...막차 놓치면 내일 가도 된다며 색다른 경험이라 아무렇지도 않다 하지만 예정시간을 넘어 어두운 길을 달리게 한 미안함이 밀려온다.

결국 히치하이킹을 시도하고, 지나던 시내버스를 잡아 타고 영주터미널로 간다. 덕분에 7시45분발 서울행 버스에 올라 무사히 날짜가 바뀌기 전 열두시를 넘기지 않고 집에 도착해 하루를 마감한다...ㅎㅎ   

 

 오늘의 교훈 하나, 모르는 길을 갈 때는 출발하기 전에 코스를 좀더 상세히 조사해야 한다. 물론 메모해 지참해야 한다 (이날은 지도검색해 프린트한 종이를 가방 옆에 뒀었는데..그냥 갔다는..) 교훈 둘, 동절기엔 당일치기 장거리 산행은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다. 해가 일찍 저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