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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퀴로

눈 내리는 서산목장

by 느린바퀴 2018. 2. 13.

눈이 많이 내린 남부지방과 달리 이번 겨울에 수도권은 춥기만 하고 눈은 인색한 듯하다.

추운거야 겨울다워 좋은데 1년 내내 풍성하게 내리는 눈을 기다리는 사람으로서 이만저만 아쉬운 게 아니다.

혹시나 하고 계속 일기예보를 확인하다가 일요일부터 월요일 오전까지 충청도에 계속 눈이 내린다는 예보를 보고 서산시 운산면에 있는 서산목장에 가기로 한다. 헌데 막상 월요일에 가까워지니 예보는 다시 바뀌어 오전에 잠깐 눈이 그쳤다가 오후에 다시 온단다. 이런~ '폭설이 내렸대고 또 눈이 온다는데 그 곳에 가서 자전거를 타겠다니 이건 미친 짓일거야. 아니 미친 짓이야.' 잠시 포기할까 갈등하다가 출발시간을 당겨 일찍 짧게 타고 오기로 하고 터미널에서 동행을 만나 시외버스에 자전거를 싣는다. 눈이 좀더 오후 늦게 오기를 기대하면서... 

 

운산정류소에 내러 마주한 세상은 온통 하얗다. 오호라~! 좋구나. :D

차량 통행이 많은 질퍽한 도로를 피해 한적한 하천변 길로 페달질을 시작한다.

조용한 하얀 세상에 새소리만 청아하다.

혹시 지역분이 보면 눈을 흘기려나 염려스러운 마음도 있었는데 하천변길로 접어드는에 자전거를 타고 가시는 지역분이 보인다. 편한 마음으로 페달질을 한다.♬~

 

 

 

버스정류소에서 내려서 647번지방도를 타고 가도 좋지만 오늘같이 눈쌓이고 제설작업으로 질퍽거리는 도로를 타는 것은 위험하지 싶다. 버스가는 방향의 좌측에 있는 하천변길을 타고 용장리를 지나 대봉리쪽으로 달려 목장에 진입한다. 마을 길이 한적하니 나름 이쁘다. 

 

 

 

산악형타이어로 교체한 미니벨로. 눈위에서도 잘 달리고,  눈 쌓인 오르막도 잘 오른다. 그것도 아주 잘!

 

 

 

달리기 시작할 무렵의 기온은 -8도 정도로 표시되어 있어서 은근히 걱정했는데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서인지 그다지 춥게 느껴지지 않는다. 허나 가끔 멈춰서 떼어내야 할 정도로 자전거에 들어붙어 얼어버린 눈 얼음을 보면 분명 추운 날씨인 듯하다.

 

 

 

 

 

 

 

대략의 경로만 생각하고 되는 대로 달리며 설경을 누리기로 한다. 뭐 그러다 조금 헤매기도 하고 되돌아서기도 했지만 어차피 눈 위에서 자전거 타기가 목적이니 그것도 나쁘지 않다. 

 

 

 

 

 

 

용비지에 이르는 길은 제설작업이 되어 있다.

요즘은 여기저기 염화칼슘이 듬뿍듬뿍 뿌려지고 있다. 편리한 면은 있겠으나 웬지 지구가 김장배추처럼 염화칼슘에 절여지고 있는 것 같다. 그 결과가 결국엔 인간에게 되돌아올텐데. 

 

 

 

 

맑은 하늘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계속 눈발이 오락가락한다. 비옷을 덧입고 계속 달린다.

 

 

 

24단 미니벨로의 힘. 오르막도 잘 올라간다. :D

 

 

 

그 유명한 용비지.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한동안 서산목장을 돌아다니다가 개심사를 향해 간다. 신창저수지가 얼어있다.

 

 

 

전에 왔을 땐 없었던 데크길이 생겼다. 오가는 차에 대한 부담은 없어서 좋은데 눈이 많아 페달질이 무겁다. 바퀴가 구를는 동안 달라붙는 눈과 눈 녹은 물이 미니벨로 낮은 차체에 엉겨붙어 그대로 얼어버린다. 그 얼음 덩어리가 뒷바퀴와 맞닿아 제3의 브레이크가 생성된다. 때로 떼어내도 금방 또 다시 들러붙어 얼어버린다.

 

 

 

신창저수지를 지날 무렵 하늘이 어두워지고 눈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일기예보대로 계속 눈이 내면린다면 되돌아갈 길이 부담스럽다. 아쉽지만 돌아선다. 염화칼슘이 뿌려진 도로를 피해 운산정류소를 향한다.높이 쌓인 찰진 눈과 제3의 브레이크 덕분에 오르막에서 아예 페달질 자체가 안된다. 하는 수 있나, 끌고 가는 수밖에.

 

 

 

되돌아 나오다 보니 어느새 눈이 그치고 해가 다시 얼굴을 내민다. 이런.. 허나 다시 되돌아설 수는 없으니 그대로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한다. 달리면서 보니 염화칼슘에 눈 녹은 몰이 노면에 흥건하다. 날이 저물고 차가운 바람에 얼어버리면 위험할테니 그대로 일찍 마무리 하는 게 좋은 결정이지 싶다.

 

 

 

 

 

 

 

낯선이의 등장에 동네 멍멍이들이 목청을 높인다. 묶여있지 않은 녀석들은 날카롭게 짖으며 집을 뛰어나와 뒤를 쫓으려 한다. 특히 '안녕'하면서 아는 척을 하면 더욱 더. 웃기는 건 '오지마, 떽' 하고 소리치면 녀석들이 일순간 멈춘다는 것이다. 짖는 것도, 쫓아오는 것도.

 

 

 

 

 

 

그렇게 달려 운산정류소에 도착하니 5분 전 4시. 타야할 버스는 20분 뒤에 온단다. 역시 알맞은 마무리다. 버스표를 사는데 옆에 서있던 한 분이 '추운데 어떻게 자전거를 탔어요?' 하신다. '별로 춥지 않았어요.'라며 인사하고 매표소를 나온다. 다행스럽게도 정말 춥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푸짐하게 내린 눈을 누리며 놀며 쉬며 페달질한 총거리는 대략 24km.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페달질을 하기도 했지만 예보를 근거로 예상했던 것보다는 눈이 많이 온 것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행복한 하루! 설경은 언제나 옳다!  :D

 

 

문득 생각나서 시험삼아 휴대폰으로 처음 시도해 본 동영상. 이왕이면 눈 쌓인 곳에서 시도했었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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